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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5 글로벌에코리더' 필리핀 연수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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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에코맘코리아
  • 작성일 : 20-02-20 09:56
  • 조회수 : 28,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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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내가 마무리할게." "여기 나무 좀 옮겨줘."

지난달 24일 필리핀 마닐라항 근처 빈민촌 바세코(Baseco)의 기온은 섭씨 30도를 오르내렸다. 이날 한국에서 온 청소년 9명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약 200그루의 맹그로브(Mangrove) 묘목을 심었다. 쓰레기 더미 위에 심는 터라 뿌리가 내릴 정도로 땅을 파기가 쉽잖았다. 허리 숙여 자기 키의 반만한 묘목을 심고 흙 덮는 일을 2시간 동안 반복했다. 맹그로브는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려 태풍 같은 자연재해 탓에 땅이 쓸려가는 피해를 막아준다. 이들의 행동은 바다와 맞닿아 있는 이 지역의 토양 유실을 막기 위해서였다. 산소를 공급해 수질 오염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동네 꼬마들은 고마운 손님을 따라다니며 묘목을 같이 옮겼다.

◇민영화한 필리핀 물 관리 현황 살펴

봉사활동을 펼친 학생들은 환경 교육 프로그램 '2015 글로벌 에코리더'에서 환경부장관상을 받은 최우수 참가자들이다. 글로벌 에코리더 프로그램은 1년간 ▲워크숍 ▲에코 캠프 ▲환경 총회 ▲프로젝트 발표대회 등 다양한 교육으로 구성된다. 체험·실천 위주여서 청소년이 환경의 중요성을 몸소 인식하게 돕는다. 5회째인 지난해에는 '물과 습관'이 주제였다. 봉사활동도 해외 물 관리 현황을 살펴보는 4일 간의 연수 프로그램 중 하나다. 환경교육 단체 에코맘코리아와 환경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 주최하고 LG생활건강이 후원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1997년부터 민간 기업이 물을 공급하고 있다. 상수도 사업을 민영화한 몇 안되는 나라다. 해외 연수지로 마닐라가 꼽힌 이유다.

에코리더들은 '라 메사 상수원(La Mesa Watershed)'을 비롯해 '라구나 호수 개발관리청(LLDA·Laguna Lake Development Authority)'과 'LLDA 급수소' 등을 방문했다. 라구나 호수는 서울의 1.5배 정도 넓이로 동남아시아에서 세 번째 큰 호수다. 홍수를 대비해 물을 저장할 뿐만 아니라 양식장으로 쓰이거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등 수자원이 다양하게 활용된다.

라 메사 상수원의 책임자와 라구나 호수 개발관리청장 등 고위 관계자가 직접 학생 앞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민영화 기업의 물 관리 현황 ▲필리핀의 수자원 정책 ▲라구나 호수의 관리 방법 등을 들었다. 미국 예일대에서 공부한 환경 전문가 네릭 아코스타(Neric Acosta) 개발관리청장은 "물 부족이나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를 인식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에코리더를 응원한다"고 전했다.

에코리더들은 강의에 집중하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2000년대 초반부터 수도 요금이 급격히 올라 서민들이 수도를 이용하지 못한다"며 민영화를 비판하고 "라구나 호수의 오염 정도가 심하다"고 단점을 지적하는 식이었다.



◇체험과 실천으로 물의 소중함 깨달아

연수 후반부는 주로 체험학습으로 짜였다. 아이들은 라구나 호수 남쪽으로 이동해 물을 정화하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지켜봤다. 이번 연수를 총괄한 이태일 에코피스아시아 사무처장은 마닐라 정수 시스템을 한강의 하수 처리 과정과 비교해 설명해 줬다. '물탱크에 산소를 주입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김규석(광주 운리중 2)군은 "산소를 넣으면 물속에 있는 찌꺼기가 수면 위로 올라온다"고 했다. 유자현(서울 서운중 1)양은 "산소를 좋아하는 호기성 물질이 물 안에 있는 불순물과 함께 수면으로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세계 3대 빈민촌이라는 톤도(Tondo) 지역도 방문했다. 비싼 수도 이용료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물을 자급자족해 사용한다. 주민 자치 조직인 삼바야난(Sambayanan) 협동조합에서 빗물을 모아 정수해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식이다. 학생들은 주민 조직과 함께 주민 거주 시설과 빗물 저장 탱크를 둘러봤다. 한국에서 볼 수 없던 열악한 실태였다. 연수에 참여한 학생들은 "라구나 호수와 톤도, 바세코 지역의 오염된 물을 보면서 우리가 누리는 혜택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4일간의 단기 연수를 마칠 때쯤 학생들은 한 층 성숙해 보였다. 김가영(광주 운리중 2)양은 "필리핀에 두 번이나 여행왔지만 그때 볼 수 없었던 점을 봐서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박태양(서울 은성중 1)군의 어머니 김희은(40·서울 서초구 양재동)씨는 "아이가 평소에도 환경에 관심이 많았지만 무슨 공부를 할지, 어떻게 실천할지 몰랐다"며 "1년간 글로벌 에코리더에 참여하면서 모의 환경 총회 등을 경험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점을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는 "단 한 번만 교육받은 1000명은 아무 교육도 받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반면 1년 동안 환경 교육을 받고 가치관을 정립한 한 명은 1000명 그 이상도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2016 글로벌 에코리더는 자원 순환을 주제로 오는 4월부터 다시 활동한다. 에코맘코리아 후원 회원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초 4부터 중 3까지 팀별로 홈페이지(ecomomkorea.org)에서 지원서를 작성해 오는 16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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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3/06/20160306011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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