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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의 환경톡톡

[하지원의 환경톡톡 4] 행복한 삶을 위한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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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에코맘코리아
  • 작성일 : 20-02-20 10:18
  • 조회수 : 8,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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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재미있는 환경이야기
Stories we should not miss Interesting environmental facts we should know
 


"더 빨리, 더 많이, 더 편하게!" 흡사 올림픽 경기장의 구호와도 같은 이 슬로건이 오늘날 우리 삶의 풍경을 압축적으로 묘사하는 문구다. 느린 삶을 일순간 경기장의 격렬한 경쟁으로 바꾼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더 잘 사는 삶’에 대한 우리들의 욕망이었다. 과학기술을 수단으로 모든 이동과 생산과 소통의 속도를 높이고, 역시 더 많이 생산하고 유통하게 됐다. 그것을 누리는 편의성은 날로 높아져 오늘날 소시민일지라도 과거의 왕과 영주보다 더 큰 물질적 편의를 누리고 산다. 그것으로 됐는가. 정말 그것으로 그만인가. 그런데 왜 우리 사회에는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불행하다고 느끼고 날로 스스로를 해치는 이들이 늘어나는가. OECD 자살률 1위 국가의 오명은 왜 해가 바뀌어도 계속 유지되는가. 우리들의 슬로건은 잘못 쓰여진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제 의심해야 한다. '더 빨리가 아닐지도 몰라, 더 많이는 틀린 것일 수 있어, 더 편한 것과 더 좋은 것은 다른 것이 아닐까' 그렇게 의심해야 한다. 행복과 물질의 확대와 향유는 동의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물질에 경도된 우리 시대의 슬로건이 놓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환경이다. 삶의 질을 말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역시 '환경의 질'이다. 사람은 바다에서 나와 숲을 거쳐 들로 나온 진화의 존재라 한다. 물질의 확대와 편의가 아니라 초록이, 자연이 우리들의 유전자에 들어 있다. 그게 인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숲에서 쉬고, 강과 바다에서 쉬지만 빌딩숲에서,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곁에서, 바보상자의 만담 곁에서는 진정으로 쉬지 못하는 것이다. 인공의 확대가 삶의 질을 높인다는 근대의 믿음이 산산이 부서진 '불행한 사람들의 시대와 세계'에서 우리가 다시 행복해지기 위한 첫 번째 회심의 순서, 회복의 순서는 바로 자연의 회복이어야 한다.


사우디의 낙타에서 온 메르스가 왜 대한민국에 있는 나를, 우리 사회를 힘들게 만들었을까? 원래는 박쥐에게 있던 바이러스였다. 그런데 박쥐의 서식처인 동굴을 허물고 인공의 시설에 할양하자, 갈 곳 잃은 박쥐들은 마을로 내려가 낙타를 감염시켰다. 낙타는 다시 인간을 감염시켰다. 자연을 훼손하면 인간에게 피해가 오는 이 간단한 연결선을 우리는 언젠가부터 모르는 척했으나 과거의 사람들은 자연을 존중하는 정신으로 매우 분명하게 인지하던 것이었다. 오히려 오늘의 우리가 그것에 무지한 것은 우리가 "더 빨리, 더 많이, 더 편하게" 살고자 인간 이외의 자연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살게 됐기 때문이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편익을 산출하려는 경쟁체제에서는 우선적으로 자연이 이용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동원 대상으로 격이 떨어진다. 그 끝은 인간마저 수단이 되는 세상일 것이다. 그런 시대, 그런 세계에서 사람이 어찌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옳다고 달려온 길이라도 잘못 든 길이라면 돌아서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과 지구를 위한 '생태자본주의'를 시작해야 한다. 물질이 주인이 되어 사람과 자연을 휘두르는 세계와 결별해야 사람과 자연이 두루 행복하게 공존하는 세상이 열린다. 부탄을 보라. 우리 눈으로 보면 그토록 가난한 이들은 불행해야 하거늘 그 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세계 제일이다. 물질을 더 빨리, 더 많이, 더 편히 누리려는 경쟁 속에서 우리는 모두 불행하다. 사람은 물론 자연도 불행하다. 행복은 그 역순이다. 사람이 자연과 함께 행복하고자 해야, 그 뒤에 사람과 사람이 함께 행복하려는 시도가 가능할 수 있다. 오늘의 생산과 유통과 소비의 세상에 없는 새로운 주체, 환경을 복원해야 모두가 행복한 세상으로 가는 문이 열린다. 그동안 맹목적으로 달려온 길이 잘못됐다면 행복한 삶을 위해 유턴해야하지 않을까. 돌아서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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