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하지원의 환경톡톡 3. 영화 '투모로우'가 현실이 되다! (2016.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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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에코맘코리아
- 작성일 : 20-02-2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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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의 환경톡톡 - 3] 영화 '투모로우'가 현실이 되다!
지난 일요일 뉴욕에 사는 숙모에게서 카톡이 왔다. "뉴욕에 눈 폭풍이 와서 우리 집 데크에 61cm의 눈이 쌓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대문이 안 열리네." 잠시 후 다시 몇 줄의 메시지가 더 왔다. "오늘의 일기. 오늘은 눈 때문에 바쁜 남편과 밥 세끼를 집에서 먹을 수 있었습니다. 삼식이 남편 때문에 행복하고 고마운 하루였습니다. 그래도 내일부터는 길이 뚫려야겠지요. 모두 안전하게 이번 눈사태를 이겨내길…."
'우리나라도 한파로 난리였는데, 뜬금없이 왜 미국 얘기지?' 그런 의문이 들 수 있다. 뉴욕의 에피소드는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모두 이상 기후로 고통을 당한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다. 미국,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럽까지 1월 말 세계는 기후가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시대를 산다는 실감을 했다.
제주는 32년 만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설을 경험했다. 비행은 중단됐고 교통도 마비됐다. 9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난민이 됐다. 2살 된 딸과 70대 노모를 모시고 첫 제주 여행을 와 종이박스를 펴고 공항 바닥에서 잠을 자는 사람은 비교적 흔한 사연, 입사 최종 면접을 앞둔 사람부터 거액의 수출 계약을 놓치게 된 사람 등 그 사흘 동안의 사연들이, 3일 동안 제주 비행이 취소된 528편의 비행기를 향해 탄식과 함께 쏟아졌다. 눈 많기로 유명한 울릉도에서도 1미터가 넘는 폭설에 이어 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발령됐다. '포항-울릉도' 뱃길은 폐쇄됐다가 9일 만에 열렸다. 입도하지 못한 기다림의 행렬에는 울릉군수도 포함돼 있었다. 전국에 발효된 한파주의보 속에서, 1월 23일(토)에는 한파, 동파, 화재를 알리는 긴급재난문자를 국민안전처가 몇 번씩이나 타전했다. 그날 우리는 기후가 사회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했다.
2012년 10월 최악의 허리케인 신디가 뉴욕을 강타했다. 걱정하는 내게 보내온 숙모의 메시지는 세상의 끝에서 보낸 것처럼 암울했다. "세상이 다 깜깜하다. 전기가 다 끊겼다. 주유소 지하탱크에는 기름이 가득 차 있지만 그걸 자동차로 끌어올릴 장비에 전력공급이 안 돼 차량도 운행할 수 없다. 냉장고 속 음식들이 썩어 가는데 슈퍼에도 갈 수가 없다. 핸드폰 전원도 끊겼다. 어젠 너무 추워서 휴대용 가스버너에 벽돌을 달궈 수건으론 감싸 안고 잤다. 여기가 뉴욕이라니!"
2004년에 개봉된 기후재난 영화 <투모로우>의 홍보 카피가 새삼스럽다. '깨어 있어라, 그날이 다가온다!' 12년 전 그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수년째 지구 곳곳에서 부분적으로 또 대륙과 대륙을 이어지는 긴 선과 면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영화의 주인공은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극,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되어 결국 지구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거대한 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비웃음만 샀을 뿐이다. 그리고 재난이 현실화됐다. 오늘의 우리는 어떤가? 진심으로 돌아볼 일이다. '국가사회가 당장 기후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환경운동가들과 과학자들의 말이 어떻게 부정되고,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또 뒤로 밀리고 있는지 짚어봐야 할 일이다.
북극 주변을 빠르게 돌면서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고 있는 제트기류가 지구온난화로 약화됐고, 제트기류의 순환속도가 느려지자 북극 한기가 남쪽의 중위도 지방으로 빠져나온 것이 한반도는 물론 세계의 북반구 중위도 지방이 겪은 한파의 정체다. 그 한파가 한반도에서 삼한사온을 없애고 '계속 따뜻하다가 계속 추운 이상기상현상'을 만들었다. 2015년 12월, 대한민국은 1973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따뜻했고, 해가 바뀌자마자 제주는 39년 만에 가장 매서운 추위를 경험했다.
'투모로우의 미래'를 현실로 받아들일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후를 미치게 만드는 원인을 우리 모두가 안다. '사람에 의한 온난화, 기후변화(IPCC 5차 보고서)'가 그것이다. 알아도 우리는 파국을 막을 기후행동을 국가정책과 시민생활의 우선순위 앞자리에 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진짜 문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게으른 우리의 인식과 실천이다. 분명한 것은 이 일을 잊는다면 제주의 악몽은 몇 십 년 주기가 아니라 5년, 3년 주기로 짧아지고 마침내 일상이 될 것이다. 그 때가 바로 '투모로우', 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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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usines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1/28/20160128029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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