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기성세대에 빼앗긴 지구, 스스로 찾으려는 미래세대의 노력(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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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에코맘코리아
- 작성일 : 20-02-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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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에 빼앗긴 지구, 스스로 찾으려는 미래세대의 노력안병옥 UN청소년환경총회 공동조직위원장 인터뷰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멀티미디어강의동에서 열린 '2019 UN청소년환경총회'에 참석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인류 역사를 석기, 청동기, 철기시대로 나눈다면 현대는 플라스틱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플라스틱은 발명되자마자 기존에 사용해오던 많은 자원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많은 자원의 경쟁 속에서 플라스틱에 필적할 만한 자원은 없었으며, 모든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제품 속에 플라스틱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16일과 17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2019 UN청소년환경총회의 공식 의제는 ‘플라스틱으로부터 지구 구하기(Saving the World from Plastic)’였다.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이 모여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UN청소년환경총회 공동조직위원장인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전 환경부 차관)은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만의 일이 아닌 서로 연결된 문제”라면서 “내가 쓴 플라스틱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므로 우리는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고, 지구 속에서 마주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인류는 왜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걸까.
A. 튼튼하며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썩지 않는 물질로 대표된다. 사람들은 쉽게 사용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석유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플라스틱이 재활용된다는 믿음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체 플라스틱 사용량 중 재활용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소각되거나 땅에 매립되며 매년 1300만톤에 달하는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진다.
태평양에 서식하는 알바트로스가 먹이를 구해다가 새끼들에게 먹이는 과정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포함돼 많은 새끼가 죽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고기도 마찬가지이다. 플랑크톤은 잘게 쪼개진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그걸 물고기가 먹고, 인간이 물고기를 먹는다.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의 뱃속으로 들어온다.
Q. 지구에 대해 생각해보자.
A. 인간의 역사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본 사진은 어떤 사진일까. 그 사진의 제목은 ‘블루마블(The Blue Marble)’, 우리가 사는 지구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하늘에는 매우 많은 별이 있고, 별들은 오래전부터 인류의 관찰과 숭배의 대상이었다. 예외가 딱 하나 있었는데 지구였다.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고 지구의 일부이기에 지구 전체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블루마블’이라는 사진 때문에 지구는 수많은 생명체를 태우고 우주를 여행하는 떠다니는 한 척의 배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지구를 우주선이라고 할 때, 거기에는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충분히 탑재할 수 없다. 한정된 식량과 자원이 있을 뿐인데, 우리는 지구라는 배에 적재된 식량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소비하고 있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지구에 대한 사용설명서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Q. 환경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A.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만의 일이 아니다. 국가는 인간이 임의로 설정해 만들어놓은 것이다. 국경이라는 것은 국가를 구분해주는 수단일 수는 있지만, 지구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지구의 운명은 하나다’라는 것을 방해하는 개념이 될 수는 없다. 미세먼지와 관련해 우리나라도 미세먼지를 줄여야 하지만, 주변국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호흡공동체’라고 얘기한다. 인간은 공기를 마시고 날숨을 통해 뱉어낸다. 그 날숨을 누군가는 들숨을 통해 들이마신다. 인간은 따로 떨어진 존재들이 아닌 공기라는 것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다.
플라스틱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쓴 플라스틱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므로 우리는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다. 지구 속에서 마주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구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인간은 지구의 일부로, 지구의 지배자가 아닌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지구를 파괴하는 것은 곧 나 자신을 파괴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지구라는 우주선에 실은 적재량과 식량은 무한대일 수 없다. 지구주의자가 되어 지구를 구하는 방법에 대해 우리는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Q. UN청소년환경총회에 참석해 청소년 대표단을 만난 소감은?
A. UN청소년환경총회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만들어갈 주역이다. 앞선 세대로서 미안함을 느낀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논할 때 ‘현세대는 미래세대로부터 지구를 빌린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빌린 것이 아니라 빼앗은 것이다. 미래세대가 사용할 여러 지구의 자원을 우리가 남용함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세대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청소년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고 UN청소년환경총회에서 각국을 대표해 주제별로 토론하고, 이를 통해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청소년들은 앞으로 세계의 환경운동뿐 아니라 학문적인 영역,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주역이 될 텐데 총회를 통해서 환경 의식을 다시 한번 새롭게 가다듬고 새로운 제안을 통해 리더의 자격을 갖춘다면 그것은 정말 귀중한 일이고 좋은 기회일 것이다.
Q.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청소년들이 기후행동 촉구시위에 나섰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외침과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지구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얘기해 왔지만, 기성세대는 지구 위기에 대해 올바른 응답을 하지 못한 것 같다. 기후변화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전 세계 역량이 결집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물론 파리협정을 통해 앞으로 큰 노력이 있겠지만, 지구를 구하려면 결국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함께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후행동 촉구시위는 그레타 툰베리를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됐고, 그 영향을 받아 국내에서도 지난 9월21일 기후위기 운동이 있었다.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시민들 집회에 참여한 지 오래됐는데, 단 한번도 4000~5000명 규모의 사람들이 모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날 수천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환경 문제를 걱정하고 행동해야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청소년들 덕분에 기후위기 운동이 각계각층으로 파급된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희망을 품었다.
Q. 공교육에서는 왜 환경교육이 이뤄지지 못할까.
A.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과거보다 환경교육이 위축되고 환경교사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얼마 전 이탈리아에서 기후변화 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지정했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일주일에 1회 정도는 기후변화, 미세먼지 문제 등 환경문제를 포함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환경에 국한되지 않고 환경문제와 연결된 다문화, 성 평등 문제 같은 것들도 함께 아우르는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선택이 아닌 의무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환경교사를 대학에서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이들이 환경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야 한다.
Q.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으로서 올해의 성과와 내년에 중점적으로 끌어갈 부분은?
A. 올해는 미세먼지 문제 부분에 초점을 맞춰 활동을 해왔다. 미세먼지 문제는 산업화과정에서 우리가 에너지를 소비하고 생산과정에서 자원을 낭비하는 패러다임이 누적돼 생긴 결과이다. 단시간에 빠르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많은 국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폭넓게 공감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데, 아직은 약하다고 생각한다.
단기정책 제안을 벗어나 중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여러 요소를 바꿀 수 있는 정책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기 요금 문제는 에너지 전환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것은 화석연료 또는 재생에너지를 이행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변화가 없는 상태는 에너지 전환을 크게 저해한다. 전기요금을 통해 에너지 수요를 줄일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경유 가격이 싼 것도 문제다. 근본적으로 세금이나 조세제도 등을 바꿈으로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환경을 파괴하는 쪽보다는 친환경적인 생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틀을 바꿔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내년에 추진할 계획이다.
Q. 정책과 제도가 중요한 만큼 시민들의 동참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A. 국민들이 참여할 부분은 무척 많다. 과거 에너지 문제만 하더라도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소비자’라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아파트마다 태양열들을 설치해 스스로 전력을 생산하는 가구들이 많아지고 있다. 에너지 부분만이 아니라 수송 부분에서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자동차를 완전히 버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동차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지구를 살리는 것과 내 몸을 살리는 것은 같은 문제다.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자전거 이용을 늘리는 것 등 나와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결과적으로 지구를 살리는 일로 도달하게 된다.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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